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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수. 캐비닛 | 2010/08/3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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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수. 캐비닛
나는 Y공기업의 부속 연구소에서 일한다. 이렇게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약간 놀란 표정을 지으며 "연구원이세요? 박사?" 하고 묻는다. 그럼 나는 "아뇨, 그곳에서 자료와 자재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행정직이지요" 하고 솔직하고도 재빨리 대답한다. 솔직하고도 재빨리! 그게 무척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대화가 끝난 후 나와 상대방은 찜찜하고 서먹서먹한 상태가 되어버린다. 상대방은 뭔가 속았다는 느낌을 받게 되고 나로서는 왠지 무시당했다는 느낌이 살짝 든다고나 할까. 물론 이것은 연구원이 아닌 사람이 연구소에서 일하면서 느끼게 되는 자격지심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병원에서 일한다고 모두가 의사는 아니며, 공군에 근무한다고 모두가 전투기 조종사는 아니라는 사실을 사람들이 조금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전투기가 거꾸로 날거나 논두렁에 처박혀서 경운기의 비웃음을 사지 않기 위해선 누군가 그 큰 바퀴를 제대로 갈아끼우고, 비행기 이곳저곳을 닦고, 조이고, 기름쳐야 하며, 또 누군가는 깃발을 열심히 흔들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조종사와 비행기만으로는 하늘을 날 수 없다는 것,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폼나지 않는 일을 해줘야만 비행기가 논두렁이나 하수구에 처박히지 않고 하늘을 제대로 날 수 있다는 것, 그게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사람들이 이해해주길 바라는 거다. 대표성의 잣대에 기대지 말고 개별성의 잣대로 사람을 대해달라는 것이다. 나는 그것이 성숙하고 깊이 있는 인간관계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상대방을 존중하는 대화란 이런 것이다.
"어디서 일하시죠?" "H병원에서 일합니다." "하는 일은 재미있으세요?" "때때로요. 저는 X-Ray실에서 방사선 촬영을 하는데, 사람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즐거움이 있다고나 할까요." "내부를 들여다보는 즐거움이라, 와우, 근사하군요." "사람의 몸속에 자기만의 독특한 공간이 있다는 것을 아세요?" "그래요? 처음 듣는 이야긴데요?" "사실이랍니다. 모두들 저마다의 빈 공간이 있어요. 저는 그 공간을 엿보지요. 그걸 보면서 사람들이 자신만의 고유한 것들을 저곳에 저장해두는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하지요." "굉장하군요." "은밀하죠." "언제 시간 나면 저의 은밀한 공간도 볼 수 있을까요?" "물론이죠. 저로서야 더할 나위 없는 영광입니다. 꼭 한번 찾아오세요. 스페셜로 찍어드리겠습니다. 은밀하게요."
점점 에로틱하게 점점 우아하게 발전해가고 있는 이 대화의 끝을 계속 추적하지 못해 유감이다. 어쨌든 이 대화는 굉장히 우호적이고 뭔가 럭셔리하며 인간 친화적이고 심오한 방향으로 진행되고 있지 않은가. 즉 이대화의 분위기는 은밀한 쪽이든 건전한 쪽이든 무한한 발전 가능성을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것이 바로 틀에 박힌 예의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본질적인 존중이 우리의 세상을 얼마나 아름답게 하는지를 보여주는 예다. 그렇지만 내가 평소에 만나게 되는 대화들은 이런 멋진 대화가 아니다. 내가 평소에 만나는 대화는 주로 이런 식이다.
"어디에서 일하시죠?" "H병원에서 일합니다." "(약간 놀라며) 의사인가요?" "(약간 당황하며) 아뇨, 의사는 아니고." "(약간 실망하며) 네... 그럼 뭘?" "X-Ray 실에서 일합니다. 그러니까 그냥 뭐 X-Ray 기사죠. 하염없이 X-Ray나 찍어대는." "(완연히 실망하며) 네, 그렇군요." "(할말이 별로 없어 구두를 바닥에 문지르며) 어쨰 날씨가 꿉꿉하네." "(나름대로는 화제를 돌리며) X-Ray 기사는 벌이가 괜찮나요?" "(이 여자가 별걸 다 묻네 하는 표정으로) 뭐 신통찮아요. 허리띠 안 졸라매면 살림 꾸리기가 팍팍하죠." "(이젠 완전히 흥미를 잃고) 요즘은 다 힘들잖아요. 너도 나도 아우성이에요. 경기가 이 모양이니까. 그래도 전문의들은 월 오백 이상은 된다면서요?" "뭐 그렇겠죠. 개네들은 뭐 전문의씩이나 되는 분들이니까요."
이 대화에서 더 이상의 발전 가능성이 보이는가? 나는 물 건너갔다고 본다. 그녀는 재미없고 살림 꾸리기가 팍팍한 X-Ray 기사와의 이 건조한 대화를 금방 잊어버릴 것이고 X-Ray 기사는 그녀를 그저 재수 없는 여자쯤으로 생각할 것이다. 이 도시에서 무수하게 생겨나는 쓸데없고 시시한 만남처럼 말이다.
- 성숙하고 깊이있는 인관관계의 시작.
최지
2010/08/31 13:49
2010/08/31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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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수. 캐비닛 | 2010/08/3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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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언수. 캐비닛
어떤 순간에도 휘발유만 넣어주면 되죠. 잠이 부족하다거나,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거나, 정서적으로 불안하다거나 하는 문제들로 일을 그르친다면 곤란하죠. 그것은 결코 프로라고 볼 수 없어요. 그런 태도로는 현대사회에서 절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저희들은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으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식단이 이런 문제점을 낳는다고 보고 있습니다. 빵과 고기만으로 이루어진 전통적인 식단은 인간을 결국 신뢰할 수 없고 게으른 존재로 만들죠. 휘발유는 인류의 새로운 대안입니다. 주위를 보세요. 지금은 21세기입니다. 속도의 천국이죠. 그러니 언제라도 튀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어야 합니다. - 휘발유 마시는 남자.
"요리사와 건축가가 비슷해요?" "저는 그런 거 같은데요?" "뭐 그것은 생각하기 나름이니까요. 그렇지만 직업이 다르면 아무래도 조금은 다른 삶을 살게 되지 않나요?" "글쎄요. 저는 종종 가지 않은 길에 대해 상상하고 내가 가지 않은 인생은 어떨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해봐요. 그런데 그와 항찬 대화를 나누다보니 수없이 많은 선택과 갈림길에도 불구하고 결국 본질적인 차이는 없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는 다른 일을 하고 있었고 외형상 다른 삶을 살고 있었지만 결국엔 저랑 비슷한 삶을 살고 있었죠. 취미도 비슷하고, 식성도 비슷하고, 퇴근 후에 하는 일들이랑...
"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요?" "글쎄요. 솔직히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불행인가요, 다행인가요?" "불행도 다행도 아니에요. 이런 건 우리 삶에 그냥 있는거죠. 저 바람처럼 저 나무처럼." - 도플갱어를 만난 남자.
"혹시 타임머신 같은게 발명된다면 당신이 삭제한 1998년으로 돌아가고 싶습니까?" "돌아가고 싶어요. 솔직히 1998년에서 기억나는 거라고는 홍당무밖에 없지만." "무섭지 않나요?" "무서워요. 하지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견딜 수 없는 시절은 없어요. 그런 시절이 있었다면 나는 지금까지 살아 있지도 않을 거예요. 우리는 행복한 기억으로 살죠. 하지만 우리는 불행한 기억으로도 살아요. 상실과 폐허의 힘으로 말입니다." - 기억을 수정하는 메모리자이커.
나는 인간은 세계의 거울이라고 배웠다. 나는 봉곤씨를 알고 난 후 내가 알고 있는 세계의 표상을 의심했다. 봉곤씨가 반사해서 보여준 세계는 내가 알고 있는 세계를 전복했다. 무언가 잘못되었다. 봉곤씨가 잘못되었건, 내가 잘못되었건, 그 여자가 잘못되었건, 이 세계가 잘못되었건, 하여간 뭔가 잘못되었다. 그게 무엇이든 뭔가 잘못되었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건 바로 변화다. 그래도 고양이로 변하겠다니 말이 되나, 하고 당신은 여전히 빈정거릴 것이다. 빈정거리지 마라. 그것은 불과 몇 시간 전에 내가 한 말이다. 빈정거리는 것은 현실에 아무런 도움도 되지 못하며 우리 삶의 어떤 불행도 구원하지 못한다. 그러니 고양이로 변신하는 주문이나 묘약, 혹은 특별한 비법을 알려줄 게 아니라면 제발 좀 닥치고 있어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오로지 고양이로 변신하는 마법뿐이니까. - 고양이가 되겠다는 봉곤씨.
최지
2010/08/30 2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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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yðisfjörður | 2010/08/1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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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yðisfjörður
@ Seyðisfjörður, Iceland 2010
마음이 풍요로우면 반짝 빛나는 고급 승용차가 필요없고 주변이 아름다우면 녹물 흐르는 판넬 지붕을 가져도 문제가 되지 않을거다.
자연속에서 캠핑한 날은 머리감지 않아도 깨끗한 기분이었다.
최지
2010/08/1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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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ub
@ Edinburgh, Scotland 2010
저기 계단을 올라가면 스코틀랜드 Best Pub 상을 받은 천장이 낮은 펍에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 Pub에서 만든 맥주를 마시고 있다.
최지
2010/08/14 12:24
2010/08/14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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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꺼짐
@ Iceland 2010
꺼진 땅은 골프장으로 쓰고 있다.
최지
2010/08/14 12:11
2010/08/14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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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
@ Vik, Iceland 2010
최지
2010/08/1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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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celand 2010
최지
2010/08/14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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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식의 시대 | 2010/08/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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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식의 시대
@ Iceland 2010
최지
2010/08/1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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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식의 시대 | 2010/08/1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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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식의 시대
@ Selfoss, Iceland 2010
최지
2010/07/18 01:57
2010/07/18 01:57
위는 딴딴한 돌인데 돌 옆을 발로 누르면 침식된 돌이 우르르르 무너진다.
최지
2010/08/14 11:56
2010/08/14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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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샘플 | 2010/08/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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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의 샘플
@ Námafjall, Iceland 2010
차를 타고 달리다 보면 여기는 쨍쨍한데 저기 앞쪽 구름 아래로 비가 내리고 있는 게 보인다. '아이슬란드 날씨는 어떤가요.' 라고 물으면 아이슬란드 사람들은 '아이슬란드는 날씨가 없어요. 날씨들의 샘플만 존재하죠.' 라고 대답한다고 잡지에서 본 적이 있다.
10분 정도 달리다 보면 계속해서 다른 풍경 다른 날씨. 10분만 기다리면 된다. 첫번째 사진은 땅이 끓고 있어 매우 미끄럽고 위험하니 줄 친 곳 안으로만 걸으라는 경고 문구.
최지
2010/08/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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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ykjavik, Iceland | 2010/08/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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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ykjavik, Iceland
@ Reykjavik, Iceland 2010 @ Reykjavik Art Museum, Reykjavik, Iceland 2010
레이캬비크는 아이슬란드 섬 서쪽에 위치한 아이슬란드 수도. 남아공 월드컵 네덜란드와 우루과이전이 있던 날이어서 여기저기 주황색 국기가 펄럭였다.
주차권을 어떻게 뽑아야 될지 몰라 헤매고 있었는데 지나가던 부부가 알려주곤 아내 분이 내 볼을 쓰다듬으며 Have a good holiday 하고 갔다.
최지
2010/08/14 11:34
2010/08/14 1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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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eyðisfjörður, Iceland 2010
최지
2010/07/29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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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 in the Park Music Festival. Scotland 2010
최지
2010/07/29 21:37
2010/07/29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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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가 산다는 계곡 | 2010/07/2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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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가 산다는 계곡
@ Iceland 2010
최지
2010/07/29 21:25
2010/07/29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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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yðisfjörður | 2010/07/2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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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yðisfjörður
@ Seyðisfjörður, Iceland 2010
집 앞 마당에 있는 쌍둥이 작은 집은 개 집인가 했었는데 자전거 두대가 나란히 있는 걸 보니 자전거 집이었다.
집 앞에 또 나무들이 쌓여 있는걸 보니 뭔가 또 만들고 있는 듯.
최지
2010/07/29 21:18
2010/07/29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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