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방학_글자 15일 이후 교육, 선거, 휴가, 크리스마스 등등해서 프로젝트에 오랫동안 안가게 되어 겨울방학이라고 명명하고 잘 놀았다.
+ 정혜신의 그림에세이 마음미술관 (새책)
홍쥐언니 추천으로 사서 보게 된 책. 작가인 정혜신씨는 정신과의사. 심리치료사이신데 블로그에 올렸던 그림 에세이들을 모아 책으로 내셨다. 정신과의사인만큼 그림에세이 이야기가 그냥 삶의 따듯함과 긍정만을 이야기하는 내용이 아니라 좋았다.
아래는 마음에 드는 에세이 두개 중 발췌.
<관점의 진보> 최근 조사에 의하면, 호주 사람들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 직업은 목수랍니다. 이어서 타일공, 페인트공 등 육체노동을 하는 직업들이 2,3,4위를 차지했구요. 변호사, 회계사, 정신과 의사 등 전문성을 가진 직업들은 조사대상 10개 직업 가운데 8.9.10위에 불과합니다.
사회가 그런 방향으로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바램이 아니라 2007년 현재 호주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 에피소드를 접하다보면 인간의 관점도 진보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유쾌한 상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타이틀이나 사회적 지위가 아니라 개인의 삶 자체를 중시하는 사회는 생각만으로도 근사합니다.
<무질서한 것이 좋다> 대뮤지션들의 성공담 뒤에는 부모의 결사반대가 부록처럼 따라 붙습니다. 기타 몇 대쯤 부숴지는 일은 기본에 속합니다. 이유는 '나처럼 니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거나 '너를 위해서'라는 말입니다. 혹시 그의 자식이 미래의 조용필이거나 서태지일 수도 있는데, 단지 부모라는 이유로 그런 폭력을 행사합니다.
만 명이 넘는 저의 상담경험에 비추어보건대 자기가 죽을 길을 일부러 찾아 나서는 사람은 없습니다. 옆에서 보기에 그럴 따름이지요. 모든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기가 살 길을 찾아 나서게 되어있다, 고 저는 느낍니다.
내게는 더없이 무질서해 보이지만 대게는 그 안에 내가 미쳐 알지 못하는 '그'만의 질서가 있기 마련입니다.
+ 21세기에는 지켜야 할 자존심 (새책)
한겨레에서 있었던 강의들을 책으로 엮어서 낸 것이다. 이 외에도 21세기에는 하지 말아야 할 거짓말, 상상력, 교양 등등 시리즈로 세권 더 있었는데 진중권씨랑 과학콘서트의 저자인 정재승씨 이름만 보고 이 책부터 샀다. 대부분 자신들의 책에서 한번 이상 언급한 적 있는 내용을 가지고 자존심과 연관지어 이야기한다.(사실상 자존심과는 크게 관련있지 않은 것 같다)
진중권씨가 말하는 '창조적 개새끼'나 '자신을 초극하는 사람' 이야기는 좋았는데 저렇게 되려면 누구 말대로 실력도 있어야 되고 적당한 나르시즘이 있어야 할 것 같은데 난 아직인지 계속일지 저런 경지에는 못 이르겠다.
이 책에 등장한 고미숙씨를 통해서 연구공간 수유+너머를 알게 되었는데 수유리에 있는 연구공간이라 '수유+너머' 라 지었다고 한다. 뜬금없어 좋네. 아래 진중권씨 강의 발췌
<자존심의 존재미학> 정말로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남한테 인정받으려고 하지 않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거든요. 자기를 인정할 사람은 오로지 자기 밖에 없고, 자기가 지배할 사람은 자기 밖에 없어요. 내 관심사는 오로지 내 안에 타고난 누구나 갖고 있는 그 잠재력을 얼마나 충실히 발휘하는가입니다. 바로 그 잠재성을 충분히 발휘하는 상태, 곧 아레테 상태에서만 만족감을 느끼고, 그럼으로써 욕망이 실현됨을 느낍니다.
타동사의 욕망일 때는 바깥에서 회유나 위협을 하면서 사람을 망가뜨리잖아요. 그런데 아예 그걸 포기하고 살면 협박받을 것도 없지요. 예컨대 디오게네스와 알렉산드라가 만났을 때 상황을 한번 보세요. 알렉산드라가 디오게네스에게 '당신이 갖고 싶은게 뭐냐?' 라고 물으면서 쳐다보니까, 디오게네스가 '비켜줘, 햇볕 좀 쬐게' 라고 했거든요.
+ 인간중심 인터페이스 (처리)
이 책과 아래 굴뚝 청소부 책은 사놓고 안 읽는 처리목록에 있는 책이어서 겨울방학 resolution으로 결심하고 읽은 책.
회사 들어와서 사장님한테 들은 이야기 중 최고로 도움되었던 것이 어떤 사원이 '사장님은 언제 시간이 나서 그렇게 책을 많이 읽으시나요' 질문을 했더니 사장님이 '저는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읽지 못해요' 라고 한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면 중간에 지쳐서 읽다 팽겨치거나 책의 내용을 백 퍼센트 머리속에 담는 건 사실 불가능할 거 같아서 맘에드는 챕터부터 막 읽는다고 했다.
너무 아무렇게나 막 읽어서 읽은 챕터별로 V 체크하고 읽었다. 얼마전 저 세상으로 가신 제프 래스킨의 Interface에 관한 책인데, 청킹, 제스쳐, 구분자 검색법, 모드 등등 인터페이스에 관한 기본적인 단어나 개념들을 이해할 수 있어 좋았다. 근데 좀 구식인 것 같은 것도 있고 이해 안가는 것도 너무 많았다. 그런 건 무조건 패스.
+ 철학과 굴뚝 청소부 (처리)
이 책 다 읽는데 시간 진짜 오래 걸렸는데, 두껍고 내용도(지식의 양) 심각하게 많아서 계속해서 집중하지 않으면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예전에 지인한테 많이 얘기한 것이지만 나는 학교 다닐 때 수업을 열심히 안 들었거니와 공순이인 관계로 인문학에 대한 이해가 너무 없고 사회의식이 낮아 이런 책을 많이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는 중이다.
철학에세이 다음으로 읽은 책인데 철학에세이는 약간 당파적이랄까. 원래 철학이 당파적이라고는 하지만 철학 에세이에서는 변증법은 맞는 것, 불가지론은 잘못된 것 등등 명시적으로 말하는데 반해 이 책은 독자의 시대별 철학 이해를 목적으로 쓰여진 것 같다. 데카르트 이후의 근대 철학만 다루고 있는데 근대철학이 나온 배경을 설명하려고 중세 철학도 어느정도 설명해준다.
근대, 현대 미술작품을 철학과 같이 설명해서 텍스트만 있는 철학책보다 덜 지루하다.(그림이 컬러였으면 훨씬 좋았겠지만) 아니 원래 서양 미술책을 보다가 너무 이해가 안가서 이 책 저 책 읽게 되었는데 그림의 이해는 커녕 점점 다른길로 빠지면서 산만해지는 기분. 저자는 또 연구공간 수유+너머의 이진경 씨.최지